#. 나무꾼의 하루 : 우리가 어릴적,
모두가 겨울이면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겨울산에 올랐었다.
연탄이 보급되기 이전이라 모든 가정이 불을 지펴서 취사와 난방(구들)을 했기에
땔감이 귀했던 터라 아버지께서는 밑둥치만 남은 나무뿌리까지 곡갱이로 파오셨다.
장작이라고 하는 것이 곧은 것은 거의 볼 수가 없고,
나무 뿌리에 해당하는 제멋대로 생긴 밑둥치만 바지개에 가득 지고 오셔서 마당 한켠에 쏟아 놓으시고는 틈나는 대로 도끼질을 하셨다. ———————————————————–
이렇게 세월이 흘러 우리의 취사와 난방연료가 대체되어 나무를 하는 일들이 없으지면서 산들은 울창한 수풀로 우거졌고, 어느산을 오르든지 간벌작업으로 군덱군데 쌓아둔 장작더미를 볼 수 있다. 어릴적에는 도무지 볼 수 없었던 최상품의 땔감나무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장작불 지피는 구들방을 만들어 저 장작나무를 실컷 때 보리라 생각했었는데 2012년 6월에 촌집을 구해서는 구들방을 시공했었고
그 해 겨울을 준비하면서 원없이 땔감 나무를 해보았다.
언양 작천정에까지 가서 나무를 해오기도 하고
무거동에 가로수를 정비하느라 잘라둔 플라타너스 나무도 실어 왔다.
나무를 자르고, 큰나무는 도끼로 쪼개기도 하고
아뭏던 일반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요, 노동이지만 아직은 내게는 즐거움이다. 오늘도 나무를 하느라 지난해 사두었던 지게도 수십년만에 져보았다. 몸무게에 버금갈 정도의 장작나무를 지고 내리막 길을 내려 올때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등에는 땀방울이 맺혀서 옷이 젖을 지라도 기분은 상쾌하다.
포터에 한차 가득 싣고 나니, 해는 서산에 기울고
땀으로 젖은 몸에 찬바람이 불어 닥치니 한기를 느낀다. 전날부터 컨디션이 약간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것과 겹쳐서 감기 몸살이 걸려 2주 정도는 고생을 한 것 같다. 일도 제대로 못했으니 아주 비싼 값으로 나무를 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나무하는 일이 재미 있다.
4월이 되기전에 촌집의 처마 밑에 장작으로 가득 쌓으려면 2~3번 정도는 더 나무를 해야 할 것 같다.
처마 밑에 가득 쌓인 장작더미를 바라보며 느끼는 넉넉함과 푸근함,
돈이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물질문명의 이 시대이지만,
과연 돈이 이러한 만족감을 ~~~ ? ? ?
